지난 지방 대선 당시를 달구던 키워드 중 하나는 ‘혜경궁 김씨’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고 당시 경기도지사 민주당 경선 후보도 비방했던 트위터계정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 계정이 김혜경씨, 경기도지사 이재명의 아내임을 의심했다. 우선 계정의 이름도 김혜경 씨와 같은 데다가 “해당 트위터 계정 정보에 나타나는 휴대전화 번호 일부와 이메일 주소로 미뤄볼 때 계정의 주인은 김씨로 보인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모인 1432명은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6월 11일, 김혜경씨를 고발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였다.
당시 이재명 지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계정의 활동으로 인해 이 전 시장이 도움을 보기는 커녕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과 부인이 자신의 이니셜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공개해가며 악성 글을 쓸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점을 들며 사실을 부인했다.
이 지사는 ”일단 아내나 저나 매년 노 전 대통령 참배도 가고 권양숙 여사도 찾아뵙고 한다”며 ”아내는 대단히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정말로 오랫동안 분향소에서 며칠 밤 새울 정도로 그야말로 ‘노빠’에 가까운 사람이다. 노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것은 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계정의 피해자 중 하나였던 전해철 의원은 이 계정을 선관위에 고발했다. 당시 그는 이 계정이 김혜경씨의 계정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이 논란을 좀 종식하자고 생각했고, 저에 대해서도 굉장히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게재했다”고 고발 이유를 말했다.
그리고 13일, 전해철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08__hkkim 계정에 대한 고발 취하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조사의뢰 취지와는 다르게 이른바‘혜경궁 김씨’논란으로 확대되면서 지방선거 뿐 아니라, 당대표 경선 과정에까지 정치적 소재로 활용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두 분 대통령님과 저에 대한 명예훼손 문제가 또 다른 정치적 대립구도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악용되고, 온갖 억측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14일, 이 계정의 주인이 이재명 지사의 부인이 아니라는 내용을 한겨레가 단독으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취재 결과 ”트위터 아이디 ‘혜경궁 김씨’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이 지사 팬카페에서 활동해온 한 50대 남성”이라고 보도했다. 이 팬카페 운영자가 “문제의 트위터 아이디는 우리 카페에 가입해있는 50대 후반의 남성의 것”이라는 내용으로 경찰에 진술 했다는 게 그 근거였다.
이 운영자는 ‘혜경궁 김씨’ 계정 운영자가 이보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했으며 자신이 직접 트위터 멘션을 보낸 것도 알렸다. 운영자는 ”애초 계정은 ‘@09_khkim’였으나, 나중에 문제의 ‘08__hkkim’으로 변경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문제는 경찰이 이 진술을 6.13지방선거 직전에 확보했다는 점이다. 운영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당 계정이 문제가 된 뒤 경찰과 두 차례 만나 이런 내용을 확인해준 일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 당시에 경찰은 이 50대 남성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고 ”‘혜경궁 김씨’의 계정이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가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경찰은 ‘혜경궁 김씨가 50대 남성이 맞느냐’는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면서도 “해당 계정이 ‘50대 남성’이라는 것은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 쪽에서 언급한 것으로 안다. 선거법 공소시효인 12월13일 전에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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