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주요 지방 도시에서 지난 2월 광명설절 이후 특별공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과 북한정권수립일, 추석, 당 창건 기념일 등 명절과 정치적으로 중요한 기념일에도 전혀 공급이 없었는데요.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탓도 있지만, 경제적 효율성에 따라 효과는 없고 비용만 많이 드는 특별공급을 중단한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추석∙10일 당 창건 기념일에도 특별공급 없었다
- 2월 광명설절 이후 명절∙주요 기념일에 공급 없어
- 주민 사이 불만 확산∙공급에 대한 기대도 사라져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9월 9일 정권수립기념일, 추석 명절, 그리고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도 북한 주민들을 위한 특별공급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 광명설절에 가구당 식용유 한 병과 지하족 한 켤레가 공급된 이후 4월의 태양절부터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이 전혀 없었는데, 이후 주요 명절과 기념일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명절공급은 북한 당국이 ‘지도자의 선물’이라는 명분 아래 북한 체제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수단이었지만, 오래 전부터 질과 양의 수준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최소한 양강도, 평안북도, 함경북도의 일부 도시에서는 아예 공급이 멈췄다는 것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에서 명절 특별공급이라는 것은 김일성 생일, 김정일 생일, 추석, 설날, 그리고 9월 9일 건국기념일과 10월 10일 노동당창건일 등 명절 때마다 최고지도자의 배려로 북한 주민에게 선물을 주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김정일 생일 때 조금 나온 이후 김일성 생일 때부터 명절 공급이 단절됐다는 소식이 방방곡곡에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특별공급에 대한 주민의 기대가 사라진 지도 오래입니다.
북한이 경제난을 겪으면서 특별공급의 내용과 양의 질이 많이 떨어지면서 북한 당국에 대한 불만도 커졌습니다. 형편이 매우 어려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특별공급을 받으려는 사람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이 접촉한 평안남도 북한 주민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올해 9∙9절에는 정치행사만 요란했지, 주민에게 특별공급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고, 다른 주민도 “국영공장에서도 소속 노동자들에게 특별공급을 하지 못해 노동자들의 명절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체제만 선전하는 데 돈을 탕진할 것이 아니라 기름 한 병, 쌀 1kg이라도 공급했어야 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 특별공급 사라진 이유 두 가지
- 첫째,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 둘째, 효과는 없고∙비용만 들고…아예 관두자
- 형식적 선물의 공급 없애고, 경제적 효율성 따진 듯
올해 북한에서 특별공급이 사라진 이유 중 첫 번째로는 김정은 정권의 경제적 어려움이 꼽힙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하면서 물품 확보와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특별공급에 대한 우선순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김중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 연구소 객원연구원은 북한 무역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북한이 추구하는 수요와 공급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중호 연구원] 2017년 대북 경제제재에 의해 미국과 국제사회, 특히 중국까지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무역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외화의 규모가 확 줄었죠. 그것이 줄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8년에 들어와서도 1월부터 7월~8월까지의 무역통계를 검토해보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하는 수출량이 예년과 작년의 같은 기간보다 거의 한 80~ 90%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중국이 북한에 수출하는 양도 30~40% 가까이 축소된 것으로 저희가 추정하고 있는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특별공급에 대한 부담을 주민에게 전가하거나 돈을 받고 상품을 파는 경우도 적지 않아 김정은 정권의 재정 상태를 의심하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별공급이 사라진 두 번째 이유로 경제적 효율성도 제기됩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특별공급을 시행해봤자, 형편없는 수준 탓에 효과나 의미도 없다 보니 여기에 돈을 쓸 이유가 없어진 것도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또 전국에 430곳이 넘는 공식 시장에서 북한 주민이 직접 필요한 물품을 시장에서 구매하다 보니 특별공급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떨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시장경제의 확산과 함께 김정은 정권도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기 시작하면서 형식화된 특별공급 제도를 포기한 것이 아니겠냐는 게 이시마루 대표의 관측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내용이 별로 좋지 않고 양도 많지 않은 공급인데 그것을 준비하려면 비용이 당연히 발생합니다. 이를 국가 재정에서 지출해야 하는데, 지방정부가 책임을 지더라도 비용과 효과를 비교해보면 주민들도 기대하지 않는, 아주 형식화된 명절 공급제도 자체를 포기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경제적 합리성을 중시하는 차원에서 명절공급을 중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시장경제의 확산으로 경제체제 전환 불가피
- 사회주의의 상징인 ‘공짜’는 없다
- 적자 투성인 공공요금 부과∙인상 조치
- 특별공급에도 시장 논리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김정은 정권은 점점 사회주의 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바뀌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지방 도시에서는 버스와 철도,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사회주의란 이름 아래 적자만 기록하던 공공부문에서 요금을 부과하거나 인상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석좌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시장경제의 활성화로 경제체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습니다.
[빅터 차]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북한 내 시장은 계속해서 확산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 시장 활성화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고, 가장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 내 정치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경제적 변화를 북한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이시마루 대표도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 체제 아래 발생한 적자로 경제 상황이 계속 악화했다면서 김정은 정권이 이제 ‘공짜는 없다’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 같다고 분석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 개선을 강조하는 가운데 경제적 합리성을 추구하다 보니 명절 때마다 시행한 특별공급부터 중단했다는 것이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사회주의 경제라고 해도 거기서 당연히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여러 서비스, 물자 당연히 비용이 발생합니다. 그걸 적자를 계속 보면서 유지한다면 당연히 경제가 악화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공공버스, 열차, 그리고 전기세, 수도세 같은 것은 올해 들어 많은 주민에게 비용 부담을 시키고 있습니다. 공짜는 이제 없다는 정책으로 불러도 될 것 같은데요. 기본적으로 경제난이 있고, 김정은 정권에서는 이제 공짜는 없다는 경제 합리성에서부터 시작한 것이 특별공급의 중단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편, 특별공급에는 국가가 전담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직장마다 능력에 따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인 기업소나 공장에서는 특별공급이 없지만, 돈벌이가 잘 되는 당과 군 산하의 무역회사에서는 오히려 사치스러운 공급을 시행해 여기에서는 빈부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파산’이란 무역회사에서는 종업원에게 돼지고기 1kg, 화학조미료 1kg, 설탕 2kg, 식용유 4.8kg, 중국산 집오리 한 마리 등이 공급돼 전혀 공급을 받지 못한 주민에게는 일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 됐다고 ‘아시아프레스’는 덧붙였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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